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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월간참여사회 이강훈 센터장 인터뷰

얼마전 참여연대, 민변, 민달팽이유니온와 함께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를 개소하시면서 센터장도 맡으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이유로 만들게 되셨나요?

안 그래도 주임법 개정 이후 세입자 관련 조직을 강화하는 활동을 해야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는데, 당장 세입자 단체를 출범시키기 어렵다면 우선 지원 조직이라도 만들어야겠다는 데 세 단체가 뜻을 모으게 되었죠. 민변 변호사들은 개정법 조기 정착을 위해 경기도에서 설립한 ‘임대차상담센터’에 전문 상담가로 적극 자원하여 작년과 올해 활동 경험을 쌓았고요, 작년 초에는 ‘서유럽 주거도시 민생기행’을 같이 가서 다른 나라들의 주거권 보호 활동 단체들을 여럿 방문하고 왔어요. 독일의 베를린세입자협회를 가보니 법률 상담과 지원이 변호사 단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더라고요. 역시나 주거 관련해선 법률가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우리도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사실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당장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변호사들이 그 정도까지 하려면 전업만큼으로 하겠다는 각오와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필요한데, 일단 자원활동 수준으로라도 시작하고자 하는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해서 일단 법률지원단을 꾸린 것입니다. 아직 상근 변호사나 사무실도 없는 상태이지만 좀 더 활동하다 보면 규모가 생기겠지요. 착실하게 키워보고 싶은 조직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1년, 나아진 부분과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나아진 부분은, 임차인들이 계약을 기존보다 월등히 많이 갱신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실제 갱신 요구권을 적극 행사해서 갱신된 것인지는 실태조사가 필요하겠지만요. 그런데 가격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건 약간 고민이 되는 부분인데, 신규 계약은 가격이 높은 데 비해 기존 계약을 갱신한 경우는 낮으니까, 다음번엔 갱신을 안 해주고 가격을 더 올리려는 동기가 분명히 작동하겠지요. 전세가가 오르는 거죠. 무이자로 돈을 얻어 쓰는 것밖에는 전세를 놓는 임대인에게 특별한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해보면 ‘양도 차익’을 미리 실현하는 겁니다. 앞으로 매도해야만 얻을 수 있는 돈을 미리 얻는 것이고, 이만큼의 값으로 전세를 놓는 사람은 곧 집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이 있는 계층이 되고요. 그럼 집주인들은 더 많은 값을 부를 수 있어요. 결국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지 않고는 전세 가격을 잡는 것이 어렵다고 봅니다. 정부가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곧 전세 가격도 안정시키지 못한 원인과 같은 이유라고 생각해요.

문재인 정부가 특정 지역의 투기 규제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려 한 것을 보면, 당시 저금리 기조로 인해 돈이 시장에 많이 풀려 투기가 느는 그 징조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 같아 몹시 안타깝습니다. 일단 3기 신도시 정책이 아주 좋은 해결법이라고는 못하겠지만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에서는 달리 방법이 없지요. 그렇다면 좀 더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보고요.

지금보다 내 집 마련이 좀 더 쉬워지려면, 정책적으로 어떠한 지원들이 더 보완되어야 할까요?

돈이 충분하지 않을 때 자기 미래의 수익까지 저당 잡혀서 집을 사야 하면 매우 괴롭죠. 국민들이 기다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지금부터 준비하여 5년 후 또는 10년 후에는 그래도 허덕이지 않고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겠다 하는 전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해주어야 하는 거죠.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주거를 공급하는 것도 좋은 정책 방향이고요,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도 좋은데 지금보다 더욱 당찬 목표를 가지고 해야 한다고 봐요. 전세임대주택을 제외하면 지금은 전체 임대주택 가운데 5% 좀 넘는 수준인데, 이를 2030년까지 한 10% 정도로 올리고 다른 것과 합쳐 12~13% 정도로 만들어놓으면 숨통은 좀 트이지 않겠어요? 현재 임대세입자가 800만 가구 정도인데 그중 180~190만 가구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민간임대와 공공임대가 50 대 50은 돼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주임법 개정 이후 다양한 분쟁 사례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세입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분쟁 사례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분쟁을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팁도 간단히 알려주세요.

아무래도 임대차 계약 갱신에 있어서 임대인의 실거주 주장과 관련한 갱신 거절 사유가 합당한지 아닌지, 갱신 요구 절차가 잘 지켜졌는지 등에 관한 분쟁들이 대다수이지요. 이때, 임차인은 갱신 요구 절차를 명확히 이해하고 제때에 맞게 절차를 따라주시는 것이 중요해요. 임대인에게 말 꺼내는 것을 많이들 힘들어하시는데요, 그런 권리를 적극 행사해야 하는 구조란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임대인과 많은 이야기를 해놓아야 합니다. 이야기가 너무 적으면 증거가, 그러니까 상대방의 사정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임대인이 갱신 거절권을 일관되게 행사하고 있는지가 중요한데, 뭐라도 의심이 생기면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할 필요는 없지만 제때에 직접 물어볼 필요는 있는 거예요. 실제로 임대인이 실거주를 해야 하는 사정인지 아니면 집을 팔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하는 경우인지 판단하려면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셔야 합니다. 문자든 메일이든 꼭 문자화된 기록을 남기시고요.

월세 같은 경우에는 관리비나 주차비를 갑자기 올리거나 누수 문제 해결을 안 해주는 것들이 많지요. 이것들도 상담과 지원을 적극 받아 해결하세요. 원래 관리비도 월세와 같이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몹시 안타까운 케이스들을 여럿 보면서, ‘소비자 교육’이랄까요? 법률적 내용을 포함해서 ‘내 집을 어떻게 골라야 하는가?’에 관한 교육을 많이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주거권 보장 활동에 힘써오고 계시는데요, 변호사님께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2016년에 에콰도르 키토에서 열린 ‘유엔 해비타트 총회’에 주거 관련 단체들과 같이 갔었어요. 그때 높은 곳에 올라 도시 전체를 조망할 기회가 있었는데, 되게 오래된 도시라서 몹시 다양한 게 보였어요. 어릴 때 집이 어려워서 친척 집에 얹혀살던 제 경험도 떠오르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기 한 몸 편안히 뉠 수 있고, 늘 가고 싶고, 가면 삶의 힘을 얻는 그런 공간이 바로 집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올라왔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집이 그런 안식처가 되지 못하고 겨우겨우 죽지 못해 사는 공간이거나 혼자 편지 한 장 남겨놓고 죽음을 맞게 되는 곳이기도 하잖아요. 인간에게 집은, 자기 삶이 거기에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가 그걸 하나의 상품으로, 돈으로 환산하여 값을 매기면서 사회적 신분이 ‘집’으로 결정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버린 것 같아요. 그러면서 온갖 갈등이 다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이 좀 안타깝습니다. 도시 공간은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하고,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생존의 근거인 ‘주거권’이라고 봐요. 사람들에게 집이 자기 수입으로 부담 가능한 공간이 되도록 전사회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주거 문제가 문재인 정부에 와서 특히 너무 부각되었어요. 완전히 이쪽으로 너무 많은 것이 쏠려 있는데, 이 문제가 좀 덜 중요한 시기가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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