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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7]<판결비평>수원 정씨 일가 ‘무자본 갭투기’ 전세사기 형사 판결 비평


     

주택세입자법률지원센터(세입자 114) 운영위원장

변호사 김태근

     



1, 분석 대상 판결 – 수원지방법원 2024. 12. 9. 선고, 2023고단8368, 2024고단2043, 3894(병합), 판사 김수정

     

2. 사건의 개요

     

  피고인 정씨(A), 피고인 B는 부부 관계이고, 피고인 C는 위 A과 B의 아들이다. 피고인들은 2013.경부터 수원, 화성, 양평 일대에서 자신들과 다수의 법인 명의로 별다른 자기 자본금 없이 은행 대출금과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을 자원으로 빌라, 오피스텔을 매수하거나 신축하는 소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대규모 임대사업(2023. 10.경 기준 건물 총 46개동, 총 788세대 보유, 대출금 합계 744억원)을 영위해왔다. 이로 인해 500명이 넘는 피해자가 760억 원 상당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 중 1명은 피고인들의 범행이 드러나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된 후 목숨을 끊기까지 하였다(판결문 기재 내용).

     

3. 판결의 요지

     

 가. 사기죄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대체로 유죄를 인정하고, 주범(A)에게 징역 15년, 공범인 부인(B)에게는 징역 6년, 감정평가사인 아들(C)에게 징역 4년을 선고

     

 나. 신규 임대차 교부받은 전세금 전부, 증액 임대차는 증액된 전세금을 피해금액으로 인정하고, 동일한 전세금으로 갱신한 계약에 대해서는 반환 기예 유예의 액수 미상의 경제적 이익으로 피해금액 인정

     

4. 판결의 부당함에 대하여

     

 가. 감정평가및감정평가사에관한법률(이하 감정평가법) 위반의 점에 관하여(피고인 A, C)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

  - 해당 공소사실은 감정평가법 제4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 가능

     

 나. 수원지방법원은 아래와 같은 판결이유를 근거로, 감정평가사인 C에 대하여 감정평가법 위반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공소사실의 요지

     

 1) 피고인 A

     

누구든지 감정평가사에게 토지 등에 대하여 특정한 가액으로 감정평가를 유도 또는 요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2. 6. 17.경 수원시 등지에서, 피고인이 실운영하는 ‘주식회사 J’ 소유인 수원시 권선구 BQ, ‘BO건물’에 대하여 BP감정평가법인 소속 감정평가사인 C에게 감정평가를 의뢰하면서,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C에게 희망감정가를 3,802,000,000원으로 기재한 표를 사진으로 전송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감정평가사에게 토지 등에 대하여 특정한 가액으로 감정평가를 유도 또는 요구하는 행위를 하였다.

     

 2) 피고인 C

     

피고인은 BP감정평가법인의 소속 감정평가사이다.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 업무를 하는 경우 품위를 유지하여야 하고,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하여야 하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업무를 잘못하여서는 아니 되고, 특정한 가액으로 감정평가를 유도 또는 요구하는 행위에 따라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2. 6. 21.경 수원시 등지에서, 제5의 가항 기재와 같이 A로부터 ‘주식회사 J’ 소유인 수원시 권선구 BQ, ‘BO건물’에 대하여 특정한 가액으로 감정평가를 유도 받고, 위 가액에 부합하는 감정평가액을 산출하고자 1㎡당 400 내지 500만 원으로 거래된 인근 다른 건물을 비교 거래사례로 채택하지 아니하고, 유독 1㎡당 6,946,637원으로 고가로 거래된 수원시 권선구 BR 건물 AT호만을 대표 비교 거래사례로 부당하게 선정하여 실제 건물 가치에 비하여 높은 가액으로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위 ‘BO건물’의 총 감정평가액을 3,894,000,000원으로 평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감정평가사로서 고의로 감정평가 업무를 잘못하고, 특정한 가액의 감정평가를 유도 또는 요구하는 행위에 따랐다.

     

나. 판단

     

 1) 피고인 A은 피고인 C에게 특정한 가액으로 감정평가를 유도 또는 요구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 C는 고의로 감정평가 업무를 잘못하고, 피고인 A의 유도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 부분 공소사실을 부인한다.

     

 2)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이 인정되는바, 피고인들이 유죄로 의심되는 정황이 보이기는 한다.

     

 ① 피고인 A은 2022년 임대사업자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의무화, 전세사기 이슈 등이 터지면서 임차인들이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임대차목적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자, 2022. 6.경 BO건물에 대하여 보증보험 가입을 위하여 피고인 C에게 감정을 의뢰하면서 다른 감정사들이 대략적으로 평가한 예상감정평가액(일명 ‘탁상자문)을 피고인 C에게 메시지로 전달하였다.

     

 ② 피고인 C는 2022. 4. ~ 2022. 6.경 피고인 B와 보증보험 가입을 위한 부동산 감정 관련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는데, 위 대화 내용 중에는 감정평가액을 부풀리는 이른바 ’업감정‘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③ 피고인 C는 BO건물를 감정하면서 비교 거래사례로 1㎡ 당 6,946,637원으로 거래된 수원시 권선구 BR 건물 AT호를 선정한 후, BO건물의 총 감정평가액을 3,894,000,000원으로 평가하였다(이하 ’이 사건 감정‘이라 한다).

    감정평가사이자 국토교통부 감정평가관리징계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증인 BS은 이 사건 감정에 대하여 피고인 C가 의도적으로 고가로 거래된 거래사례를 비교 거래사례로 선정하여 평가하여 BO건물가 시장가치를 초과하여 감정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로 수사기관에 이 사건 감정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회신을 제출하였고, 이 법원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④ 피고인 C는 이 사건 감정서에서 3가지 거래사례를 제시하였는데, 이들 모두 1㎡당 600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그런데 BS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기준 시점 당시 BT 일대에 위치하는 신축급 다세대주택 거래시세는 450만~500만원/㎡ 수준임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1㎡ 당 600만 원이 넘는 거래사례만을 예시로 적시하였다. 게다가 비교 거래사례로 선정된 호수와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호수의 경우 1㎡당 400만 원대에서 대부분 거래되었고, 이 사건 비교 거래사례의 경우 전용면적이 31.67㎡로 같은 건물의 다른 거래사례보다 전용면적이 현저히 작다.

 

 3) 그러나 한편, ① 피고인 A, B가 피고인 C에게 다른 부동산의 감정 관련하여 수차례 희망가 내지 탁상자문 결과를 전송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 C도 동료 감정평가사에게 수차례 감정을 의뢰하면서 탁상자문 결과 내지 희망가를 전송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부동산 감정평가를 의뢰하면서 의뢰인이 감정인에게 희망가 내지 선행 탁상자문 결과를 참고로 제시하는 것이 변호인의 주장처럼 업계의 관행인지까지는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업계에서 형사처벌 될 정도의 위법한 행위라고 인식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② ’유도‘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람이나 물건을 목적한 장소나 방향으로 이끔‘인바, 피고인 A은 피고인 C에게 탁상자문 결과를 메시지로 전송하기는 하였으나, 기록상 피고인 A이 피고인 C에게 메시지로 전달한 가격 정도로 업감정을 해달라는 등의 언동을 따로 한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고, 피고인 B가 피고인 C에게 업감정 운운하는 메시지를 전송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BO건물와는 별개의 물건이고, 피고인 B가 피고인 A의 지시를 받아 피고인 C에게 BO건물의 업감정을 부탁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 A이 피고인 C에게 메시지로 탁상자문 결과를 전송한 것은 다른 감정사들의 탁상감정가를 참고하라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므로, 이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이하 ’감정평가법‘이라고만 한다)에 의하여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유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인 A의 행위를 감정평가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유도라고 보기 어려운 점과 아래 4), 5)항에서 인정되는 사정을 감안하면, 피고인 C가 피고인 A의 유도에 따라 특정 가액으로 감정평가를 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4) 감정평가법 제25조 제1항은 감정평가사에 대하여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감정평가를 하여야 할 의무’와 별도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잘못된 평가를 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를 정하고 있고, 감정평가법 제49조 제5호는 ’고의로‘ 업무를 잘못한 자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이지, 중대한 과실이나 신의성실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존재하지 않고, 이는 국토교통부장관의 징계대상이 될 뿐이다(감정평가법 제39조).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이 법상 신의성실의무위반, 그 주의의무를 현저히 소홀히 한 중대한 과실과 의도적으로 잘못된 감정을 수행한 고의는 명백히 구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감정평가법은 감정평가사가 감정평가를 할 때 준수해야 할 원칙과 기준의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정된 국토교통부령인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제5조 제1항은 ‘대상물건에 대한 감정평가액은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규정하여 ‘시장가치기준 원칙’을 정하면서도, 제2조 제1호에서 ‘시장가치’를 ‘대상물건이 통상적인 시장에서 충분한 기간 동안 거래를 위하여 공개된 후 그 대상물건의 내용에 정통한 당사자 사이에 신중하고 자발적인 거래가 있을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대상물건의 가액’이라고 일반적․추상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감정평가는 그 정확성에 어느 정도 본질적인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감정평가사는 공공성을 지닌 가치평가 전문직으로서 고유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점을 더하여 보면, 감정평가사가 수행한 감정평가의 과정이나 결과에 잘못이 있어 그 타당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로써 곧바로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그와 같은 잘못이 구체적인 사안에서 감정평가사로서 갖추어야 할 통상적인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공정하고 합리적인 감정평가의 산정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을 정도에 이른 때에야 비로소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를 기준으로 하여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중대한 과실과 주의의무를 위반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잘못된 감정에 나아간 고의가 구별될 수 있을 것이다.

     

 5) 이 사건 감정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 피고인 C가 비교 거래사례로 채택한 호수의 단위면적당 거래금액은 같은 건물 안에 있는 다른 거래사례와 현격한 차이가 있는 점, ② 비교 거래사례 호수는 다른 거래사례보다 전용면적이 현저히 작음에도 거래금액은 비슷한바, 비교 거래사례 호수 내부가 확장되어 실사용 면적은 다른 세대와 비슷한 결과 전용면적이 작아도 거래금액은 다른 물건과 엇비슷하게 거래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거래금액을 단순히 전용면적으로 나누어 거래단가를 산정하면 여타 호수에 비하여 단위면적당 현저히 높은 단가가 산정될 수밖에 없어 이를 비교 거래사례로 채택하는 경우 고가 감정이 이루질 가능성이 높을 터인데, 피고인 C가 비교 거래사례를 채택하면서 같은 건물 내 거래사례를 확인하여 위와 같은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③ 앞서 2) ④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감정 기준 시점 당시 수원시 권선구 BT 일대에 위치하는 신축급 다세대주택 단위면적당 거래시세와 피고인 C가 채택한 비교 거래사례의 단위면적당 거래시세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 C가 이 사건 감정시 감정평가 실무기준(국토교통부 고시, 첨부 법령 참조)에서 정한 거래사례 수집 및 선택방법(거래사정이 정상이라고 인정되는 사례나 정상적인 것으로 보정이 가능한 사례, 대상물건과 위치적 유사성이나 물적 유사성이 있어 지역요인·개별요인 등 가치형성요인의 비교가 가능한 사례를 채택할 것)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비교 거래사례를 선정하였음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 C가 고의적으로 비교 거래사례를 잘못 선정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① 피고인 A이 피고인 C에게 보낸 탁상자문 또한 1㎡당 600만 원이 넘는 가격인바, 위 탁상자문 결과가 업감정이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이상 다른 감정인 또한 피고인 C와 비슷하게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② 피고인 C는 감정평가법인 소속으로 이 사건 감정도 해당 법인의 심사를 거친 것인 점, ③ 당시 임차인들이 임대차보증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물건을 선호한 것은 사실이기는 하나 BO건물는 임대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는 물건도 아니어서 보증보험가입이 의무적인 물건은 아니었던 점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업감정을 하면서까지 보증보험에 가입할 동기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④ 피고인 A이 이 사건 감정을 제출하고 보증보험을 체결한 것이 사실이기는 하나, 당시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평가 금액이 얼마인지, 당시 BO건물의 적정 시장 가치 등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BS은 이 사건 감정의 적정성을 평가하면서 기준시점의 시장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지 않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감정 결과가 보증보험 가입을 위하여 시장 가치를 초과하여 얼마나 부풀려진 것인지를 판단할 수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비록 피고인 C가 비교 거래사례 선정을 하는데 있어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감정가를 부풀릴 목적으로 고의로 법령을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판결 비평

     

    그러나 ① 공정성이 의심되는 가족간 부탁이었던 점, ② 감정평가사이자 국토교통부 감정평가관리징계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증인 BS은 이 사건 감정에 대하여 피고인 C가 의도적으로 고가로 거래된 거래사례를 비교 거래사례로 선정하여 평가하여 BO건물가 시장가치를 초과하여 감정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던 점, ③ BS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기준 시점 당시 BT 일대에 위치하는 신축급 다세대주택 거래시세는 450만~500만원/㎡ 수준임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1㎡ 당 600만 원이 넘는 거래사례만을 예시로 적시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고의에 의한 범죄로 인정함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아들인 감정평가사인 C가 중과실로 인해 감정가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 과연 사회 통념상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중대한 의문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세사기 사건에서 감정평가사를 통해 이른바 up 감정을 하는 것은 이미 굳어진 전세사기의 범죄 구조이다. 이에 대해서는 서울대 ESG사회혁신센터에서 발간한 전세사기 백서(전세사기 피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에서 발표한 [전세사기 조직 구조도]의 내용을 인용한다. 법원이 이 사건과 같이 공인중개사나 감정평가사의 전세 사기 가담행위에 대해 관대하게 처벌하면, 전세사기의 고리를 끊어낼 수가 없다.



 [판결비평]수원 정씨 일가 ‘무자본 갭투기’ 전세사기 형사 판결 비평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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