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7] <판결비평>전세사기 형사판결 분석과 개선방안
- 세입자114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 3일 전
- 23분 분량
세입자 114 운영위원장/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김태근
Ⅰ.미추홀구 전세사기 형사 판결 분석
분석 대상 판결
가. 미추홀구 1차 기소사건(인천지방법원 2024노693) 2024. 8. 27. 판결 선고, 판사 정우영, 이수민, 이정민
- 피해자 191명, 피해금 148억원
나. 미추홀구 2차 기소사건(인천지방법원 2023고합548, 범죄단체조직) 2025. 2. 20. 판결 선고, 판사 손승법, 이유영, 유영상
- 피해자 372명, 피해금 304억 5,580만 원
다. 미추홀구 3차 기소사건(인천지방법원 2024고단4475) 재판 진행중
- 피해자 102명, 피해금 82억 9,555만 원
2.사건의 개요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은 ①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불리었던 남모씨가 실질적인 임대주택의 건축주이자, 주택의 소유자였고, ② 남모씨가 소유하고 있던 2,700여세대의 명의를 그 소속 직원들의 명의로 소유권 등기를 해놓고, ③ 그 소속 직원들을 통해 공인중개사 및 그 주택의 관리업체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었다. 그 주택의 세입자로 입주하기 위해서는 건축왕의 직원이었던 공인중개사의 중개가 필수적이었고, 그로 인해 건축왕은 본인이 소유하던 주택의 전세금에 대한 시세 조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인천지검은 이로 인한 전세사기 피해자들 중 2021년 3월을 사기의 개시 시점으로 판단하여, 2024. 6. 13.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총 665세대, 전세금 536억원(계속 추가중)의 피해금액에 대해 사기 등 혐의로 기소를 하였다.
3.사건의 배경(인천지방검찰청에서 2023. 6. 27.자로 2차 기소한 2차 공소장 인용)
“피고인 남OO의 타인 명의를 이용한 임대사업 계획
피고인 남OO는 2009.경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소규모 아파트, 빌라 등 주택을 신축하여 임대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금융권 동일인 대출 한도 제한 등을 회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로 토지를 매입하고, 대출을 받아 주택을 건축한 다음, 자신이 운영하는 타인 명의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통해 임차인들과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방법 등으로 임대사업을 영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피고인 남OO는 그 무렵 피고인 홍OO 등과 명의신탁 약정을 체결하고, 위 수탁자 명의로 토지를 매입한 다음 금융기관 PF 대출을 통해 공사비를 마련하고,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사를 이용하여 그 토지에 소규모 아파트, 빌라 등 주택을 건축하고, 그 주택에 대해 위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다음 위 주택을 담보로 준공 대출을 받아 기존 PF 대출을 정산하고, 자신이 고용한 피고인 은OO 등 공인중개사 명의로 개설하여 운영중인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통해 위 주택에 대해 임차인들과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임차인들로부터 교부받은 전세보증금으로 위와 같이 발생한 대출 이자 및 직원 급여 등 사업 비용 일부를 충당하거나, 새로운 주택의 건축 자금으로 지출하는 등 이와 같은 방법을 반복함으로써 2021.경 약 2,700여 채에 이르는 주택을 보유하면서 임대 사업을 영위하기에 이르렀다.
‘행복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조직을 통한 사업 운영
피고인 남OO는 2013. ~ 2014.경 인천 미추홀구 경원대로 869, 2층에 사무실을 마련하여 자신이 회장, 피고인 전OO을 재무이사, 그 외 자신이 고용한 피고인 홍OO, 은OO 등을 구성원으로 하여 ‘행복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이란 단체를 조직하고, 기획공무팀, 중개팀, 주택관리팀으로 나눈 다음, ‘기획공무팀’은 사업계획서 작성, 사업의 수지 분석, 인·허가 관련 업무, 경리 및 급여 지급 업무를, 자신이 고용한 공인중개사들 명의로 개설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소속 직원들로 구성된 ‘중개팀’은 자신이 건축한 주택들에 대해 임대차 계약 등을 중개하는 업무를, ‘주택관리팀’은 주택들의 관리 및 하자보수 업무를 각각 담당하도록 하고, ‘행복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기도회’ 또는 체육대회를 개최하여 직원들 간의 교류 및 단합을 시도하였고, 주간회의, 비상대책회의, 실장회의 등 명목으로 주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여 사업경과를 보고받았다.” |
4.1차 사기 사건에 대한 1심 판결 선고(2024년 2월 7일)
그 후 인천지방법원은 2024. 2. 7. 1차 기소된 남모씨의 피해자 191명, 전세금 148억원에 대한 1차 사기 사건(2023고단1562 등 병합사건)에 대하여 1심 판결을 선고하며, 건축왕 남OO씨에 대하여 징역 15년을 선고하였다. 1심 판결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주택임대차계약의 핵심적인 계약사항은, 주택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약정된 임대차 보증금이나 월세를 지급하면, 주택임대인은 해당 주택을 임차인에게 인도하여 임차인으로 하여금 임대차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임차목적물인 해당 주택에서 평온하게, 임대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법률적 분쟁을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게 해 주고, 그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었을 때 임차인으로부터 해당 주택을 반환받고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데 있다 이 사건 사기죄의 성립여부를 정함에 있어서는, 피고인들이 주택임대인으로서 피해자들이 주택임차인들인 이 사건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한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고 임차인들로 하여금 착오에 빠져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① 공인중개사도 아닌 피고인 남○○가 공인중개사를 고용하여 급여와 보수를 지급하면서 자신의 사업목적에 가담하게 한 점, ② 무려 2,708채의 소규모 주택을 지어 이를 다수의 임차인들에게 임대하는 사업을 함으로써 주택에 들어오는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받아 이를 앞서 들어 온 임차인에게 반환해주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여 자금흐름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위험을 고스란히 임차인들에게 전가할 수 밖에 없었던 점, ③ 그에 더하여 공인중개사들에게 월 200만 원 등의 대가를 지급하고, 그들의 명의로 위법한 범죄행위인 명의신탁을 하여, 등기부상 소유자인 그 명의수탁자를 진실한 임대인으로 오인한 피해자들로 하여금 진실한 임대인이 피고인 남OO임을 알지 못하게 숨긴 점, ④ 나아가 공인중개사인 나머지 피고인들로 하여금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하여 실질적으로 피고인 남OO 소유인 해당 주택을 임차인들에게 임대하게 하는 범죄수법을 사용한 점, ⑤ 2018. 1. 31.경 채권최고액을 120억 원으로 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동해이씨티국제복합관광도시개발(유) 사업 부지를 매수하는 등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점, ⑥ 피고인 남OO의 이와 같은 사업방식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내지 중개보조원인 나머지 피고인들이 임차인인 피해자들에게 남OO의 사업운영방식에 관련된 사실을 전혀 고지하지 않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점, ⑦ 피해자들인 임차인들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기존의 임대차계약을 연장한 후 1개월 또는 2, 3개월이 지나자마자 곧바로 해당 주택이 경매절차에 들어가는, 법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처하게 되었고, 임대보증금의 전액 또는 다액의 일부금액을 반환받지 못하게 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에게 적극적으로나 소극적으로 기망하여 그들로부터 판시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들의 변호인들은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사기범행을 저지른 점도 부인하고 있으나, 관련 증거에 의해 피고인들이 함께 이 사건 각 사기범행 및 공인중개사법위반,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위반의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중략...)
이어 피고인들에게 선고할 형량을 정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형법 제347조 제1항이 정하는 사기죄의 법정형은 그 최고형이 징역 10년이고, 경찰법 가중에 의한 처단형의 상한도 징역 15년이다.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범행은 나이 어린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70대의 노인과 같은 경제적으로 곤궁하고 취약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범행으로 그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 모두 191명에 이르는 피해자 수, 총 합계 148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피해규모에 비추어 그 결과불법도 너무나 중하다. 이 사건 피해자들의 각 임대차보증금은 피해자들이 대출을 받거나 퇴직금이나 평생 일하여 모은 돈으로서 피해자들의 거의 유일한 재산이다. 피해자들이 앞으로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채무는 피해자들의 재정 능력을 벗어날 정도로 막대하다. 피고인들은 피해자들로부터 살아갈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 가버리고 말았다. 피고인들은 주택임대차거래에 관한 사회공동체의 신뢰를 철저하게 무너뜨렸다.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터무니없는 변명을 늘어놓아 범행을 부인하면서 무려 100여명에 가까운 피해자들을 공판정에 증인으로 소환하는 추가적인 고통을 주었다.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이상의 점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형을 정하였다. 특히 주범인 피고인 남○○에게 처단형의 최고형인 징역 15년과 주문에 기재된 벌금 115억 5천 678만 원 가량의 추징을 선고한다. |
5.1차 사기 사건에 대한 2심 판결 선고(2024년 8월 27일)
그 후 인천지방법원 항소심은 2024년 8월 27일. 남모씨의 피해자 191명, 전세금 148억원에 대한 1차 사기 사건(2023고단1562 등 병합사건)에 대하여 2심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건축왕 남OO씨에 대하여 징역 7년을 선고하며, 대폭 감형하였고, 나머지 직원들인 공인중개사 등에 대해서는 집행유예 형을 선고하였으며, 가장 충격적인 판단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죄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하였다.
2심 판결의 요지와 그에 대한 평가는 아래와 같다.
가. 판결 요지(피해자 191명 중 180명 – 신규 77명, 증액 103명, 피해액 148억 중 68억만 인정)
판결 내용 | 1심 | 2심 | 판결 이유 요지 |
1. 공범 김O하 공인중개사 | 징역 4년 |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위반죄는 무죄 | 임대차 계약 체결에 관여한 바가 없다. |
2. 주범 남O기 | 징역 15년, 추징금 115억 | 7년, 2022년 1월 이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위반죄는 무죄 | 신규 임대차 교부받은 전세금 전부, 증액 임대차는 증액된 보증금만 인정 |
3. 공범 전O하 재무업무 담당 | 징역 13년 | 무죄 | 임대차 계약 체결에 관여한 바가 없다. |
4. 공범 은O희 공인중개사 | 징역 6년 |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2022년 5월 이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위반죄는 무죄 | 2022. 5. 27.경 이후부터 체결된 임대차계약에 관하여만 주범 남O기 등과 공모하여 사기범행을 저지른 점 인정 |
5. 공범 김O태 중개팀 직원 | 징역 9년 |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2022년 5월 이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위반죄는 무죄 | |
6. 공범 주O화 공인중개사 | 징역 10년 | 징역 1년 2월, 집행유예 2년 2022년 5월 이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위반죄는 무죄 | |
7. 공범 박O택 공인중개사 | 징역 6년 | 무죄 | 2022. 5. 27.경 이전에는 임대차계약 체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였지만 주범의 변제자력 등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2022. 5. 27.경 이후에는 임대차계약 체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
8. 공범 김O섭 중개팀 직원 | 징역 13년 |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2022년 5월 이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위반죄는 무죄 | 2022. 5. 27.경 이후부터 체결된 임대차계약에 관하여만 주범 등과 공모하여 사기범행을 저지른 점 인정 |
9. 공범 홍O용 공인중개사 | 징역 10년 |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2022년 5월 이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위반죄는 무죄 | |
10. 공범 김O환 공인중개사 | 징역 10년 |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2022년 5월 이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위반죄는 무죄 |
나. 판결 이유에 대한 평가
1) 사기죄 무죄에 대한 판결 요지 - 남모씨의 변제 자력 인정 여부와 관련하여 2022년 1월부터 변제 자력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판단하여, 2021년까지 체결된 계약에 대해서는 모두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
항소심 재판부는 반환 능력에 대해 피고인 남모씨가 실제 소유하는 부동산 중 8개의 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된 2022년 1월경부터 자금 사정이 악화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판결 이유에 따르더라도 이미 2018년부터 재산세 등의 미납으로 압류를 당하거나 임차인들과 사이에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 분쟁을 겪기 시작하였고, 2021년 초경부터 이 사건 단체의 중개팀 직원들에게 급여나 성과수당을 지급하지 못하고, 2021년 3월 21일경부터는 자신이 실제로 보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원에 대한 이자를 연차히기 시작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는데, 위와 같은 판결 이유에 비추어 사기의 개시 시점을 2022년 1월경으로 판단한 근거는 임대인인 피고인 남모씨가 추진하던 동해안개발사업의 실시계획 인가가 2022년 1월경에 나지 않았다는 것으로, 피고인에게만 매우 유리한 판단일 뿐, 설시한 판결이유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한명의 건물주가 바지임대인과 공인중개사를 직원으로 채용하여,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하더라도 2022년 1월 이전에는 아무런 사기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과연 판사 본인이 이런 전세사기의 덫에 걸리더라도 똑같은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2) 추징에 관한 판결 요지 - 선택 여부가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서 정한 추징을 반드시 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남모씨의 경우, 검사가 추징액으로 주장하는 임대차 보증금 및 중개수수료의 단순합계액 모두 남모씨에게 귀속되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3) 공인중개사법 위반죄에 대한 판결 요지 –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를 하거나 거래 당사자 쌍방을 대리하는 행위(공인중개사법 제1항 제6호)에 대한 공인중개사법 위반죄 무죄
가)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은 아래 그래픽 기사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명의 건물주의 지휘아래 바지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서로 역할을 바꿔가면서 전세사기피해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공인중개사가 직접 임대인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공인중개사법 위반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항소심과 같이 판단을 하게 되면, 사실상 바지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서로 역할을 바꿔가면서, 전세사기를 벌일 수 있는 판을 열어주는 전세사기 면허 판결일 수 밖에 없다. 항소심 판결은 신분범이라는 이유로 그와 같이 판단하였으나, 사실상 경제적 이익 공동체인 바지임대인과 공인중개사의 거래행위에 대해 공인중개사법 위반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전세사기를 막을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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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구전세 사기 구조(2013. 1. 18.자 아시아 경제 기사 인용)]
나) 특히 항소심 판결은,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 제6호의 입법취지는 ‘개업공인중개사 등이 중개의뢰인과의 직접 거래를 기화로 자신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중개대상물의 공정한 가격형성을 왜곡시킴으로써 중개의뢰인의 이익을 해하거나 부동산 가격급등 또는 부동산투기를 야기하는 등 부동산거래질서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헌법재판소 2019. 11. 28. 선고 2016헌마188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며 헌번재판소의 결정을 인용하면서도, 다시 2005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직접거래'란 중개인이 중개의뢰인으로부터 의뢰받은 매매·교환·임대차 등과 같은 권리의 득실·변경에 관한 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좁게 판단하였다. 이에 따르면, 공인중개사가 직접 임대인이 된 경우에만 공인중개사법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을 뿐,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과 같이 바지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서로 역할을 바꿔가면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바지임대인과 공인중개사들이 공모한 전세사기는 살 판이 난 판결이다.
다. 항소심 판결에 대한 유감
미추홀구 전세사기에 대해 미추홀구 피해자들은 2022년 11월부터 스스로 대책위를 만들어 전세사기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피해구제 대책을 강구하였고, 2023년 2월 28일에 첫 번째 희생자가 발생한 이후로는 스스로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위한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하는데 막중한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시민사회가 일부 조력을 하긴 하였지만, 전세사기특별법 제정 과정에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은 미추홀구의 전세사기피해대책위였다.
그 후 2024년 8월 말 국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까지 의결되어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한숨을 돌리고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 피해를 회복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선고된 이번 항소심 판결은 물귀신처럼 다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자들을 물속 아래로 끌어 내리고 있다. 특히 ① 2021년까지 이루어진 전세계약에 대한 사기 무죄로 인해 고의로 인한 불법행위 채권이 성립하지 않을 경우에는 임대인의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으로 통해 전세금 계약 채권이 면책될 수 있고, ② 관련 공인중개사들의 공인중개사법위반죄 전부 무죄로 인해 전세사기피해자들은 공제증서를 근거로 한 공인중개사협회에 대한 피해구제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6. 2차 사기 사건에 대한 1심 판결 선고
그 후 인천지방법원은 2025년 2월 20일 2차 기소사건(인천지방법원 2023고합548, 범죄단체조직)에 대하여 1심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① 건축왕 남OO씨에 대하여 징역 15년(자금 횡령과 사문서위조 죄 등 경합)을 선고하였으나, ② 범죄단체조직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고, ③ 나머지 직원들인 공인중개사 등에 대해서는 1차 기소 사건과 동일하게 집행유예 형을 선고하였으며, ④ 공인중개사법 위반죄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남모씨의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1차 사건과 달리 2021년 3월경부터 사기의 범죄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나마 1차 항소심 판결보다는 나아진 판결이다.
2) 남씨가 부담하는 전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규모는 그 주장에 의하더라도 약 2,000억 원에 달했는데, E는 향후 임대차보증금 시세가 상승하면 재임대 시 임대차보증금을 인상하거나 매매 시세가 상승하면 매각하여 차액을 취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취할 계획 또는 위와 같이 받은 임대차보증금으로 다른 사업에 투자하여 충분히 이를 변제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연히 이와 같이 임대 규모를 비합리적으로 확대하였고, 임대차보증금 및 매매 시세가 일괄적으로 하락하는 등의 경우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3) 남씨의 사업은 주택을 신축하고 새로운 임차인을 모집하여 임대차보증금을 지급받음으로써 지속되었는데, 남씨는 2020년 이후로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지 못했고, 그로 인하여 임대차보증금을 받지 못하자 남씨의 자금상황은 경색되었다. 남씨가 2020년경부터 부담하는 대출금 이자, 급여, 명의비 등 매월 고정 지출비용은 약 17억 원에 달했고, 남씨는 일부 월세 수입 등을 감안하더라도 17억 원에 달하는 고정지출비용을 지불할 수입이 없었다. 남씨는 2020년경부터는 임대차보증금 외에는 별달리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없었다.
4) 남씨는 2018년부터 재산세 등의 미납으로 압류를 당하거나 임차인들과 사이에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 분쟁을 겪기 시작하였다. 이에 더하여 2020년 말경 또는 2021년 초경부터 ‘행복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이 사건 단체’라 한다)의 중개팀 직원들에게 급여나 성과수당을 지급하지 못하고, 2021년부터는 자신이 실제로 보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은 금원에 대한 이자를 연체하기 시작하였다.
5) 남씨는 2021. 3. 21.경 ‘중개팀’ 직원들에게 ‘2020년경부터 건물 신축이나 임대보증금 상향 계약이 이어지지 못하여 자금부족 현상이 발생하였다.’ ‘월세 계약 주택을 전세 계약으로 전환’, ‘전세 계약 체결 시 기존 전세보증금에서 3,000만 원 증액’, ‘분양대행사를 통한 일괄 매각 시도’, ‘추가 대출을 통한 자금 확보’ 등을 통해 가용 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이하 ‘이 사건 문자메시지’라 한다)를 전송하였다. 6) 한편 남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한 동해이씨티 국제복합관광 도시개발 유한회사(이하 ‘동해이씨티’라고 한다)는 2018. 11. 2.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시행자로 지정되었는데, 남씨는 위 시행자로 지정받기 위하여 2018. 1. 31.경 자신 소유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120억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고 대출받은 금원을 위 사업을 위한 부지를 매수하는데 사용하였다. 또한 위 개발 사업에 대한 실시계획승인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임차인들로부터 교부받은 임대차보증금을 위 사업자금으로 투입하였다. 피고인은 사업시행자로서 빠른 시일 내에 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컨소시엄을 구성했어야 하나, 2020. 4. 26.경까지도 금융컨소시엄을 구성하지 못했고,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은 피고인에게 수차례 자금조달 계획을 소명할 것을 요청하였다.
남씨가 위와 같은 사업을 영위하면서 임대차보증금을 충실히 반환해 온 기간이 상당하다는 사정만으로 남씨의 편취고의를 인정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므로 남씨의 주관적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남씨가 영위하는 주택 신축 및 임대사업과 동해이씨티 사업의 진행경과 및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남씨의 행위 등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을 기초로 판단해 보면, 남씨는 2021. 3. 21.경부터는 임대차보증금이 적시에 반환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물론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된다. |
나. 공인중개사들의 공인중개사법 위반죄에 대해서는 1차 기소 사건과 동일한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1)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남씨의 기망행위 관련 주장에 대해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는데, 아래와 같은 판단은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 4호에 그대로 부합한다.
5. 기망행위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에서 중개인이나 임대인에게는 임대차목적물이 명의신탁된 부동산인지 여부와 임대인의 자력유무는 임차인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인정되고, 이와 같은 고지의무위반과 피해자들의 처분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도 인정된다.
1) 주택임대차계약의 임차인에게는 임대차관계 종료 시에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는 것이 매우 큰 관심사이자 그 반환을 받지 못할 위험 유무가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다224327 판결 등 참조). 만일 임대차계약에서 임차인이 중개인이나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위험성 및 그와 관련된 사정을 고지 받았다면 당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2) 통상적으로 임대차보증금 반환가능성과 관련하여 임대차목적물의 시가와 선순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등이 주요 고려사항이 되겠지만, 임대차목적물을 명의신탁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소유한 자의 재정상황이 매우 악화되어 임대차목적물에 관한 경매절차가 개시될 가능성이 임박한 사정이 있다면 이 역시 임대차보증금 반환가능성을 위태롭게 만드는 하나의 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 중개인이나 임대인 측이 이를 임차인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면 이는 고지할 사실을 묵비함으로써 상대방을 기망한 것이 되어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신규 임대차계약에 비하여 중개인이 관여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작은 임대차 갱신계약에서도 위와 같은 신의칙상 고지의무는 요구되므로 갱신계약이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3) 남씨가 2,708채의 주택을 타인 명의로 소유하면서 타인 명의로 대출을 받고, 위 주택들을 임대하여 받은 임대차보증금으로 다시 자신이 반환해야 할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였는데, 위와 같은 구조에서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위험성이 매우 높고, 위 사업구조를 알았더라면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대차목적물의 실제 소유자인 E의 재정상황은 신의칙상 임차인들에게 고지되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 |
2) 그리하여 공인중개사들에 대해 유죄가 선고될 수 있는 법률조항은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 제4호의 금지행위도 있으며, 필요하다면 공소장 변경을 할 수 있었는데, 법원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다만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 제4호는 징역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 제6호는 징역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형량의 차이가 있다. 공인중개사법 제33조 1항 제6호에 대해 무죄 판결이 반복되고 있고, 이에 대해 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는 이상, 항소심에서 공인중개사법 제33조 제1항 4호의 공소실로 공소장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제33조(금지행위) ① 개업공인중개사등은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4. 해당 중개대상물의 거래상의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된 언행 그 밖의 방법으로 중개의뢰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행위 6.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를 하거나 거래당사자 쌍방을 대리하는 행위 |
다.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추징에 관한 판단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이 부패재산몰수법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피해자가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추징을 명하지 않는다.
1) 이 사건 피해자들은 임대차계약서 및 금융거래내역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스스로 피해금액을 산정할 수 있었고 이와 같이 피해자들이 스스로 산정한 피해금액을 기초로 고소를 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수사가 진행되어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되었다.
2)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하여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기 곤란하다는 등의 사정들이 발견되지 않았고, 일부 피해자들은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한 법적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으며, 민사소송절차나 임대차 주택에 대한 경매절차를 통하여 피해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와 관련하여, 2023년 10월 26일자 문화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형법 114조 ‘범죄단체 등의 조직’ 혐의를 적용해 “건축왕의 전세 사기 범죄 수익 관련해 최초로 92억 원 몰수 보전”하였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는데, 이 판결에 따르면, 92억 원은 다시 건축왕에게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Ⅱ. 수원 ‘무자본 갭투기’ 전세사기 형사 판결 분석
1, 분석 대상 판결 – 수원지방법원 2024. 12. 9. 선고, 2023고단8368, 2024고단2043, 3894(병합), 판사 김수정
2. 사건의 개요
피고인 정씨(A), 피고인 B는 부부 관계이고, 피고인 C는 위 A과 B의 아들이다. 피고인들은 2013.경부터 수원, 화성, 양평 일대에서 자신들과 다수의 법인 명의로 별다른 자기 자본금 없이 은행 대출금과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을 자원으로 빌라, 오피스텔을 매수하거나 신축하는 소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대규모 임대사업(2023. 10.경 기준 건물 총 46개동, 총 788세대 보유, 대출금 합계 744억원)을 영위해왔다. 이로 인해 500명이 넘는 피해자가 760억 원 상당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 중 1명은 피고인들의 범행이 드러나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된 후 목숨을 끊기까지 하였다(판결문 기재 내용).
3. 판결의 요지
가. 주범(A)에게 징역 15년, 공범인 부인(B)에게는 징역 6년, 감정평가사인 아들(C)에게 징역 4년을 선고
나. 신규 임대차 교부받은 전세금 전부, 증액 임대차는 증액된 보증금을 피해금액으로 인정하고, 동액 갱신 계약에 대해서는 반환 기예 유예의 액수 미상의 경제적 이익으로 피해금액 인정
4. 판결의 부당함에 대하여
가. 감정평가및감정평가사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하여(피고인 A, C)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
- 해당 공소사실은 감정평가법 제4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나. 수원지방법원은 아래와 같은 판결이유를 근거로, 감정평가사인 C에 대하여 감정평사사법 위반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가. 공소사실의 요지
1) 피고인 A
누구든지 감정평가사에게 토지 등에 대하여 특정한 가액으로 감정평가를 유도 또는 요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2. 6. 17.경 수원시 등지에서, 피고인이 실운영하는 ‘주식회사 J’ 소유인 수원시 권선구 BQ, ‘BO건물’에 대하여 BP감정평가법인 소속 감정평가사인 C에게 감정평가를 의뢰하면서,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C에게 희망감정가를 3,802,000,000원으로 기재한 표를 사진으로 전송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감정평가사에게 토지 등에 대하여 특정한 가액으로 감정평가를 유도 또는 요구하는 행위를 하였다.
2) 피고인 C
피고인은 BP감정평가법인의 소속 감정평가사이다.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 업무를 하는 경우 품위를 유지하여야 하고,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하여야 하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업무를 잘못하여서는 아니 되고, 특정한 가액으로 감정평가를 유도 또는 요구하는 행위에 따라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2. 6. 21.경 수원시 등지에서, 제5의 가항 기재와 같이 A로부터 ‘주식회사 J’ 소유인 수원시 권선구 BQ, ‘BO건물’에 대하여 특정한 가액으로 감정평가를 유도 받고, 위 가액에 부합하는 감정평가액을 산출하고자 1㎡당 400 내지 500만 원으로 거래된 인근 다른 건물을 비교 거래사례로 채택하지 아니하고, 유독 1㎡당 6,946,637원으로 고가로 거래된 수원시 권선구 BR 건물 AT호만을 대표 비교 거래사례로 부당하게 선정하여 실제 건물 가치에 비하여 높은 가액으로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위 ‘BO건물’의 총 감정평가액을 3,894,000,000원으로 평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감정평가사로서 고의로 감정평가 업무를 잘못하고, 특정한 가액의 감정평가를 유도 또는 요구하는 행위에 따랐다.
나. 판단
1) 피고인 A은 피고인 C에게 특정한 가액으로 감정평가를 유도 또는 요구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 C는 고의로 감정평가 업무를 잘못하고, 피고인 A의 유도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 부분 공소사실을 부인한다.
2) 살피건대, 기록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이 인정되는바, 피고인들이 유죄로 의심되는 정황이 보이기는 한다.
① 피고인 A은 2022년 임대사업자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의무화, 전세사기 이슈 등이 터지면서 임차인들이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임대차목적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자, 2022. 6.경 BO건물에 대하여 보증보험 가입을 위하여 피고인 C에게 감정을 의뢰하면서 다른 감정사들이 대략적으로 평가한 예상감정평가액(일명 ‘탁상자문)을 피고인 C에게 메시지로 전달하였다.
② 피고인 C는 2022. 4. ~ 2022. 6.경 피고인 B와 보증보험 가입을 위한 부동산 감정 관련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는데, 위 대화 내용 중에는 감정평가액을 부풀리는 이른바 ’업감정‘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③ 피고인 C는 BO건물를 감정하면서 비교 거래사례로 1㎡ 당 6,946,637원으로 거래된 수원시 권선구 BR 건물 AT호를 선정한 후, BO건물의 총 감정평가액을 3,894,000,000원으로 평가하였다(이하 ’이 사건 감정‘이라 한다). 감정평가사이자 국토교통부 감정평가관리징계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증인 BS은 이 사건 감정에 대하여 피고인 C가 의도적으로 고가로 거래된 거래사례를 비교 거래사례로 선정하여 평가하여 BO건물가 시장가치를 초과하여 감정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로 수사기관에 이 사건 감정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회신을 제출하였고, 이 법원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④ 피고인 C는 이 사건 감정서에서 3가지 거래사례를 제시하였는데, 이들 모두 1㎡당 600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다. 그런데 BS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기준 시점 당시 BT 일대에 위치하는 신축급 다세대주택 거래시세는 450만~500만원/㎡ 수준임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1㎡ 당 600만 원이 넘는 거래사례만을 예시로 적시하였다. 게다가 비교 거래사례로 선정된 호수와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호수의 경우 1㎡당 400만 원대에서 대부분 거래되었고, 이 사건 비교 거래사례의 경우 전용면적이 31.67㎡로 같은 건물의 다른 거래사례보다 전용면적이 현저히 작다.
3) 그러나 한편, ① 피고인 A, B가 피고인 C에게 다른 부동산의 감정 관련하여 수차례 희망가 내지 탁상자문 결과를 전송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 C도 동료 감정평가사에게 수차례 감정을 의뢰하면서 탁상자문 결과 내지 희망가를 전송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부동산 감정평가를 의뢰하면서 의뢰인이 감정인에게 희망가 내지 선행 탁상자문 결과를 참고로 제시하는 것이 변호인의 주장처럼 업계의 관행인지까지는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업계에서 형사처벌 될 정도의 위법한 행위라고 인식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② ’유도‘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람이나 물건을 목적한 장소나 방향으로 이끔‘인바, 피고인 A은 피고인 C에게 탁상자문 결과를 메시지로 전송하기는 하였으나, 기록상 피고인 A이 피고인 C에게 메시지로 전달한 가격 정도로 업감정을 해달라는 등의 언동을 따로 한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고, 피고인 B가 피고인 C에게 업감정 운운하는 메시지를 전송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BO건물와는 별개의 물건이고, 피고인 B가 피고인 A의 지시를 받아 피고인 C에게 BO건물의 업감정을 부탁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 A이 피고인 C에게 메시지로 탁상자문 결과를 전송한 것은 다른 감정사들의 탁상감정가를 참고하라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므로, 이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이하 ’감정평가법‘이라고만 한다)에 의하여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유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인 A의 행위를 감정평가법상 처벌 대상이 되는 유도라고 보기 어려운 점과 아래 4), 5)항에서 인정되는 사정을 감안하면, 피고인 C가 피고인 A의 유도에 따라 특정 가액으로 감정평가를 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4) 감정평가법 제25조 제1항은 감정평가사에 대하여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감정평가를 하여야 할 의무’와 별도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잘못된 평가를 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를 정하고 있고, 감정평가법 제49조 제5호는 ’고의로‘ 업무를 잘못한 자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이지, 중대한 과실이나 신의성실의무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존재하지 않고, 이는 국토교통부장관의 징계대상이 될 뿐이다(감정평가법 제39조).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이 법상 신의성실의무위반, 그 주의의무를 현저히 소홀히 한 중대한 과실과 의도적으로 잘못된 감정을 수행한 고의는 명백히 구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감정평가법은 감정평가사가 감정평가를 할 때 준수해야 할 원칙과 기준의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정된 국토교통부령인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제5조 제1항은 ‘대상물건에 대한 감정평가액은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규정하여 ‘시장가치기준 원칙’을 정하면서도, 제2조 제1호에서 ‘시장가치’를 ‘대상물건이 통상적인 시장에서 충분한 기간 동안 거래를 위하여 공개된 후 그 대상물건의 내용에 정통한 당사자 사이에 신중하고 자발적인 거래가 있을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대상물건의 가액’이라고 일반적․추상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감정평가는 그 정확성에 어느 정도 본질적인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감정평가사는 공공성을 지닌 가치평가 전문직으로서 고유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점을 더하여 보면, 감정평가사가 수행한 감정평가의 과정이나 결과에 잘못이 있어 그 타당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로써 곧바로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그와 같은 잘못이 구체적인 사안에서 감정평가사로서 갖추어야 할 통상적인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공정하고 합리적인 감정평가의 산정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을 정도에 이른 때에야 비로소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를 기준으로 하여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중대한 과실과 주의의무를 위반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잘못된 감정에 나아간 고의가 구별될 수 있을 것이다.
5) 이 사건 감정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 피고인 C가 비교 거래사례로 채택한 호수의 단위면적당 거래금액은 같은 건물 안에 있는 다른 거래사례와 현격한 차이가 있는 점, ② 비교 거래사례 호수는 다른 거래사례보다 전용면적이 현저히 작음에도 거래금액은 비슷한바, 비교 거래사례 호수 내부가 확장되어 실사용 면적은 다른 세대와 비슷한 결과 전용면적이 작아도 거래금액은 다른 물건과 엇비슷하게 거래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거래금액을 단순히 전용면적으로 나누어 거래단가를 산정하면 여타 호수에 비하여 단위면적당 현저히 높은 단가가 산정될 수밖에 없어 이를 비교 거래사례로 채택하는 경우 고가 감정이 이루질 가능성이 높을 터인데, 피고인 C가 비교 거래사례를 채택하면서 같은 건물 내 거래사례를 확인하여 위와 같은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③ 앞서 2) ④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감정 기준 시점 당시 수원시 권선구 BT 일대에 위치하는 신축급 다세대주택 단위면적당 거래시세와 피고인 C가 채택한 비교 거래사례의 단위면적당 거래시세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 C가 이 사건 감정시 감정평가 실무기준(국토교통부 고시, 첨부 법령 참조)에서 정한 거래사례 수집 및 선택방법(거래사정이 정상이라고 인정되는 사례나 정상적인 것으로 보정이 가능한 사례, 대상물건과 위치적 유사성이나 물적 유사성이 있어 지역요인·개별요인 등 가치형성요인의 비교가 가능한 사례를 채택할 것)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비교 거래사례를 선정하였음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인 C가 고의적으로 비교 거래사례를 잘못 선정한 것인지에 관하여 보건대, ① 피고인 A이 피고인 C에게 보낸 탁상자문 또한 1㎡당 600만 원이 넘는 가격인바, 위 탁상자문 결과가 업감정이라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이상 다른 감정인 또한 피고인 C와 비슷하게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② 피고인 C는 감정평가법인 소속으로 이 사건 감정도 해당 법인의 심사를 거친 것인 점, ③ 당시 임차인들이 임대차보증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물건을 선호한 것은 사실이기는 하나 BO건물는 임대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는 물건도 아니어서 보증보험가입이 의무적인 물건은 아니었던 점에 비추어 피고인들이 업감정을 하면서까지 보증보험에 가입할 동기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④ 피고인 A이 이 사건 감정을 제출하고 보증보험을 체결한 것이 사실이기는 하나, 당시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평가 금액이 얼마인지, 당시 BO건물의 적정 시장 가치 등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BS은 이 사건 감정의 적정성을 평가하면서 기준시점의 시장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지 않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감정 결과가 보증보험 가입을 위하여 시장 가치를 초과하여 얼마나 부풀려진 것인지를 판단할 수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비록 피고인 C가 비교 거래사례 선정을 하는데 있어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감정가를 부풀릴 목적으로 고의로 법령을 위반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
다. 판결 비평
그러나 ① 공정성이 의심되는 가족간 부탁이었던 점, ② 감정평가사이자 국토교통부 감정평가관리징계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증인 BS은 이 사건 감정에 대하여 피고인 C가 의도적으로 고가로 거래된 거래사례를 비교 거래사례로 선정하여 평가하여 BO건물가 시장가치를 초과하여 감정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던 점, ③ BS이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기준 시점 당시 BT 일대에 위치하는 신축급 다세대주택 거래시세는 450만~500만원/㎡ 수준임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1㎡ 당 600만 원이 넘는 거래사례만을 예시로 적시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고의에 의한 범죄로 인정함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아들인 감정평가사인 C가 중과실로 인해 감정가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 과연 사회 통념상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중대한 의문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세사기 사건에서 감정평가사를 통해 이른바 up 감정을 하는 것은 이미 굳어진 전세사기의 범죄 구조이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대 ESG사회혁신센터에서 발간한 전세사기 백서(전세사기 피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에서 발표한 [전세사기 조직 구조도]의 내용을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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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신탁주택 전세사기 형사 판결 분석
1, 분석 대상 판결 – 대구지방법원 2025. 2. 7. 선고, 2024노2958 판결(손대식, 남근욱, 김정도)
2. 사건의 개요
기존 집주인인 위탁자가 신탁 주택에 대한 신탁 계약을 통해 확보한 수익권 증서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60% 가량의 1차 대출 29억 3,000만 원을 받은 후, 2차로 신탁주택 또는 신탁주택에 대한 담보 대출에 대한 설명없이 주택세입자로부터 전세금 약 15억 5,000만 원을 받아 주택 가치의 100% 이상의 자금을 융통한 사건이다. 기존 전세사기 사건 중 전형적인 사건들이 모두 이처럼 주택 가치의 100%를 모두 금융기관 대출금과 전세금으로, 즉 타인 자본으로 충당한 사건들인데, 신탁 사기도 똑같은 구조이다.
[구멍뚫린 법원 등기국, 고통받는 전세 피해자들, 2023. 5. 29.자 대구MBC뉴스 자료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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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판결의 요지
원심 판결 선고 이후 이 사건 임대 주택에 대하여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의하여 공매절차가 진행 중이고, “2024. 10. 10. 기준으로 감정액이 42억 5,900만 원으로 평가되어 우선수익자인 칠곡신협으로부터의 대출금 합계 29억 3,000만 원을 공제하더라도 피해자들의 피해가 대부분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이유로, 1심 선고형 5년에서 2심 선고형 2년 6개월로 감형함
4. 판결의 부당함에 대하여
2024. 10. 10. 기준으로 감정액이 42억 5,900만 원으로 평가되어 공매절차가 진행중이더라도, 통상적으로 감정가의 7~80%로 매각되는 것이 현실이며, 이에 따르면, 최소 29억 8,130만 원(70% 매각 가정)에서 최대 34억 720만원(80% 매각 가정)으로 매각되는 것을 가정하면, 최소 매각금액시에는 피해자들의 피해가 거의 회복되지 않으며, 최대 매각금액을 가정하더라도, 약 5억 원 정도가 남아 피해자들의 피해가 각 1/3 정도 회복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피해자들의 피해가 대부분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이유로, 1심 선고형 5년에서 2심 선고형 2년 6개월로 감형하였다. 법률가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이다. 그러나 10년 미만의 선고 형량에 대해서는 대법원에 상고가 불가능하여, 이 판결은 2025. 2. 15. 이대로 확정되었다. 결국 피해자들의 피해는 회복되지도 않았고, 피해자들이 용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정 변경 없이 피고인의 형량만 1/2로 감형된 판결이다. 이런 판결의 내용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납득을 할 수 있겠는가?
Ⅳ. 부산 전세사기
1. 분석 대상 판결 - 부산지법 동부지원 2024. 1. 24. 선고, 2023고단1574 판결(판사 박주영)
2. 사건의 개요
부산 소재 원룸 9채 296세대를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취득한 후, 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 합계액이 건물의 가치를 초과하도록 전세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총 229명의 임차인들에게 약 180억 원에 달하는 피해(판결문 기재 내용).
3. 판결의 요지 - 피고인에게 징역 15년 선고
4. 구체적인 양형 사유(판결문 기재 내용) - 가장 모범적인 판결
2. 유리한 정상 피고인이 법정에 이르러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있는 점, 2023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 30만원의 처벌을 받은 것 외 전과 없는 점, 피고인의 전력이나 원룸 임대사업의 경위 등으로 볼 때 처음부터 불법적 의도를 가지고 시작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코로나 사태나 금리인상과 금융규제, 전세사기의 갑작스런 사회 문제화로 인한 임대차 만기의 대거 도래 등이 이 사건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소위 바지 임대인을 내세우거나 실제 가치를 초과하는 대출을 받고 보증금을 받아 잠적하는 형태의 소위 ‘빌라왕’ 류의 전세사기와는 다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본다.
3. 불리한 정상 ① 전세사기 범행은 주택시장의 건전한 거래질서를 교란하고,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보증금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아 그들의 생활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범죄라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을 통하여 이를 근절하여야 할 공익상 요청이 대단히 큰 범죄다. 이런 범죄에 맞선 사법당국은 그 처벌에 있어 단호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② 피고인은 피해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에 피해자들이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면서, 이 법원에 피고인의 엄벌을 거듭 탄원하고 있다.
③ 피고인은 수사 과정에서부터 줄곧, 정부와 부동산 대책 변화로 인한 각종 규제, 금리 인상, 부동산경기 악화 등으로 보증금을 반환 못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고, 당원도 이런 사정을 일부나마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기는 했다. 그러나 부동산경기나 이자율 등의 경제 사정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변동 가능한 것이므로, 임대인으로서는 임대차 만기의 대거 도래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고 대비해야 한다. 수익을 올리려는 개인의 경제활동 자체를 탓할 수는 없고, 이런 형태의 범죄를 촉발하는 전세 제도나 금융시스템 등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보이기는 하나, 자신의 탐욕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 탐욕은 타인의 고통 앞에서 즉시 멈춰야 한다. 여러 사정에 불구하고, 이 사건의 주된 책임은 위험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리하게 임대사업을 벌인 피고인에게 있다.
④ 피고인은 나쁜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사기 피해자의 처지에서 보자면, 가해자가 나쁜 의도로 돈을 편취한 것과 선한 의도로 돈을 편취한 것에 무슨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⑤ 피고인은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주장한다. 피고인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했는지 분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설령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 하더라도, 기망행위의 의도가 크게 중요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최선의 노력을 다했든 다하지 않았든, 현실적인 피해회복이 없는 이상, 그러한 사정은 유리한 양형요소로서 고려할 가치가 없다.
⑥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정말 천만 원이라도 돌려주면 합의해 주고 싶다”고 토로한 한 피해자의 법정 진술처럼, 재산범죄에서 형을 감경하는 가장 중요한 양형요소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변제임에도, 이 사건 피해는 제대로 회복된 바 없다.
⑦ 피고인은 다른 부동산이 있어 변제여력이 있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유보된 약속은 참된 약속이 아니다. 유보된 희망 역시 희망이 아니라, 또 다른 기망일 뿐이다. 피해회복의 가능성만으로 형을 감경할 수 없다.
⑧ 피고인은 공판 과정 내내 사죄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항상 지적하듯이 사죄와 용서는 법원에 구하는 것이 아니다. 법원은 형을 정할 뿐 피고인을 용서해 줄 권한이나 자격이 없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 “피고인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자 피고인은 ‘자신이 실형을 살게 되면 보증금을 반환해 줄 수 없다’며 피해자들을 압박했고, 아직도 제대로 용서를 구한 바 없다”고 말하고 있다. 피고인이 과연 진지하게 이 사건을 반성하고 참회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⑨ 피해자들은 한목소리로, “공용전기세, 수도세, 정화조․엘리베이터․주차타워 관리비, 전기안전관리자 선임 비용 등 건물 운영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관리비를 피고인이 납부하지 않아, 그 비용을 세입자들이 갹출하여 부담하면서 자체적으로 시설을 유지하고 있는데, 안전관리자의 부재로 최소한의 시설 점검조차 이루어지지 않아 화재의 위험에마저 노출되어 있는 등 하루하루가 너무 불안하다”고 말하고 있다. 임대 건물에 대한 관리 부재로 인한 세입자들의 후속 피해가 극심하다.
⑩ 사기죄의 피해는 재물에만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맞아 생긴 상처가 아무는 데는 2주나 3주, 기껏해야 몇 개월이지만, 사기 피해가 회복되는 데는 수년에서 최악의 경우 평생이 걸리기도 한다. 사기는 피해자의 재산을 가져감과 동시에,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소중한 시간을 앗아간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나쁜 범죄다.
⑪ 또한 사기는 피해자로 하여금, 피해를 외부에 드러내어 타인으로부터 고통을 이해받거나 위로받는 것마저 어렵게 만든다. 같은 상황에서도 피해를 입지 않은 수많은 사람의 존재 때문이다. 사기 피해자는 자신의 어리석음과 무지함을 계속 탓하게 되고, 부끄러움과 자책감에 빠져 고통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며,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다 일상생활마저 평소처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피해자가 무너짐에 따라 피해자의 주변 사람들 역시 도미노처럼 쓰러진다. 결국 사기는 피해자의 자장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⑫ 모든 사기 피해자들의 처지에 무슨 경중의 차이가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 사건이 안타까운 점은, 피해자들 대부분이 20대와 30대의 사회초년생들이라는 점이다. 피고인이 편취한 전세보증금 중에는, 그 누구보다 근면하고 착한 젊은이들이, 생애 처음 받아 보는 거액의 은행대출금과, 주택청약부금과, 적금과, 쥐꼬리만 한 급여에서 떼어 낸 월급의 일부와, 커피 값과 외식비 같이 자잘한 욕망을 꾹꾹 참으며 한 푼 두 푼 모은 비상금과, 그들의 부모가 없는 살림에도 자식의 밝고 희망찬 미래를 기원하며 흔쾌히 보태준 쌈짓돈이, 고스란히 포함되어 있다. 이들에게 이 돈은 그저 장사 밑천이거나 금리 몇 퍼센트의 수익을 올리는 종잣돈이 아니라, 자신들이 설계한 빛나는 인생의 목표 지점으로 나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여비와 같은 돈이다. 피해자들은 이 돈을 잃음으로써, 희망찬 인생의 출발선에서 뛰쳐나가 보지도 못한 채 망연자실 주저앉아 울고 있다.
⑬ 이처럼 실의에 빠진 많은 피해자들이 이 사건 공판과정 내내 재판을 방청하고 법정에서 진술하기도 했고, 엄벌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4. 피해자들의 탄원서 내용
피해자가 몇 백 명, 피해액이 몇 백억 원이라고 하면, 일견 어마어마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런 수치를 아무리 나열해 봐야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의 실체가 잘 와 닿지 않는다. 이에 당원은, 이 사건 양형에 참고하기 위하여 앞선 피해자의 탄원서는 물론 다른 피해자들의 탄원서를 한 장도 빠짐없이 꼼꼼히 읽어보았다. 탄원서에 드러난 피해자들 개개인의 고통은, 객관적 수치로 뭉뚱그릴 수 없을 만큼 고유하고 깊고 막대한 것이었다. 당원이 아래와 같이 탄원서의 내용을 상세하게 남기는 이유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그저 전시하려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그들의 아픔이야말로 이 사건의 형을 정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음을 밝히기 위함이고, 피해자들에게 얼마의 재산상 피해를 입혔다는 이 사건 사기죄의 공소사실만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피고인의 죄과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리고자 함이며, 이를 통하여 피해자들이 현재 처한 상황과 끝 모를 절망감을 피고인으로 하여금 깨닫게 함으로써, 피고인에게 참된 반성과 피해회복의 단초를 제공하고자 함에 있다. |
Ⅴ. 임대인들의 개인회생, 파산을 통한 전세금 채권 면책 시도와 관련하여
1. 채무자회생법 제566조(파산절차), 제625조(개인회생절차)에서는, 법원으로부터 면책 결정을 받은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한편 채무자회생법 제566조(파산절차), 제625조(개인회생절차)에서는 위와 같은 면책 결정에도 불구하고, “3.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 채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전세사기에 대해 유죄판결이 선고되면,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로 인정됨.
제566조(면책의 효력)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 다만, 다음 각호의 청구권에 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 3.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제625조(면책결정의 효력) ①면책의 결정은 확정된 후가 아니면 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 ② 면책을 받은 채무자는 변제계획에 따라 변제한 것을 제외하고 개인회생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 다만, 다음 각호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책임이 면제되지 아니한다. 4.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
3. 반면에 전세사기 혐의에 대해 기소가 되지 않거나, 무죄 판결이 선고된 경우에는 다수의 임대인들이 개인 회생, 파산 절차를 통해 채권 면책을 시도하고 있음.
4. 이와 관련하여 전세사기 혐의에 대해 기소가 되지 않거나, 무죄 판결이 선고된 경우에도 이에 대한 전세금 채권을 책임이 면제되지 않은 채권으로 입법할 경우, 그러한 입법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선의의 채무자 보호에 반하여 채무자회생법 전문 법률가들의 입장은 부정적임.
5. 한편 현행 법 체계에서는 전세사기 혐의에 대해 기소가 되지 않거나, 무죄 판결이 선고된 경우라도 민사소송을 통해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임을 입증하여 면책 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나, 형사상 무혐의 또는 무죄 판결이 선고된 경우, 민사소송에서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를 인정할지 여부는 매우 의문스러움.
*판결비평[전세사기 판결분선과 개선방안(최종안)_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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